[조선일보 2003.12.26] 국내 광우병 방역 '구멍'
美 워싱턴주 쇠고기 수입량 파악못해
조류독감·뉴캐슬병 겹쳐 육류소비 급감
전국을 강타한 조류(鳥類)독감에다 돼지콜레라와 뉴캐슬병, 여기에 미국발 ‘광우병(狂牛
病) 쇼크’까지 겹치면서 쇠고기·닭·오리고기 등의 육류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육류 전반에 대한 불신감을 보이기 시작했
으며, 정부의 방역(防疫) 정책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 소비자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24일 미국발(發) 광우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백화점 등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했던 고객
들의 반품 요구가 쇄도하고 있으며, 유통·외식업체들의 쇠고기 관련 품목 판매가 뚝 떨어
졌다.
또 올 들어 미국에서 쇠고기와 소내장·뼈 등이 22만9700t 수입됐으나, 주무 관청인 농림부
는 이 중 광우병 추정 사례가 발생한 워싱턴주(州)에서 수입된 물량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
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 수입소의 내장·뼈 등의 판매는 24일부터 금지됐으나, 유통업체 아닌 음식점
이 원산지를 속여 팔 경우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자칫 판매금지의 실효성이 없어질 가능
성도 우려되고 있다. 농림부 당국자는 “음식점이 원산지를 속일 경우 처벌하기 위한 식품
위생법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아직 보건복지위에 계류돼 있다”고 말했
다.
또 닭고기 산지 가격은 조류독감 확인 직전인 지난 10일 1㎏에 991원하던 것이 24일엔 616
원으로 2주일 사이 40% 가까이 폭락했다. 이재용(李在容) 농림부 축산경영과장은 “양계농
가의 닭 생산비가 1㎏에 1010원”이라며 “이런 상태라면 양계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24일 충북 음성군의 한 양계 농장에서 닭의 1종 전염병인 뉴
캐슬병까지 발생, 각종 가축 질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부는 조류독감이 발생하기 전까지 오리 사육 농가에 대해 질병예방을 위한 혈청
검사 등의 위생 관리를 거의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방역정책의 허점을 노출
시켰다.
이날 김주수(金周秀) 농림부 차관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닭·오리농가 피해를 줄이
기 위해 정부 기금 70억원을 들여 앞으로 1개월간 닭 250만마리와 오리 15만마리를 긴급 수
매키로 했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또 광우병 파동에 따른 쇠고기 수급 대책을 26일 발표
할 예정이다.
또 25일 오후 현재 미국발 광우병 파문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금지한 나라는 일본 등 18
개국으로 늘어났다. 전날(24일)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는 생우(生牛) 선물가격이 하루 하락
제한폭인 파운드당 1.5센트까지 폭락해 거래가 중단됐고, 뉴욕증시에서는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와 육가공업체인 타이슨 푸즈의 주가가 각각 5.2%, 7.7% 급락했다.
미국 농무부는 이날 “광우병 소가 도축됐던 워싱턴주의 같은 도살장에서 추가 도살된 소
20마리의 쇠고기(약 4500㎏)를 전량 소환해 폐기처분하고, 이 소의 감염경로 추적에 나섰
다”고 밝혔다.
(이동혁기자 dong@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