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카드도 안돼,환불도 안돼…유치원 ‘배짱’에 멍드는 학부모
  운영자님에 의해 2007년 01월 10일에 등록되었습니다

주부 A씨(34)는 3월 유치원에 입학하는 딸(4)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유치원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납입 방법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교재비와 급식비는 학기별로, 교육비와 교통비는 분기별로 내야 한다. 신용카드로 낼 수도 없다. A씨가 알아본 유치원들은 대부분 현금만 받는다고 했다.

이렇게 1년 동안 유치원 비용을 합쳐 열 두 달로 나누니 월 35만원 정도다. 두 달 가량인 방학 기간에도 꼬박꼬박 교육비를 내야 하는 것이다. 유치원측은 “방학 때도 교통비,교재비,교육비 등은 그대로 받고, 급식비만 빠진다”고 밝혔다. 교사와 운전기사 등 직원 월급 명목이었다.

A씨는 “유치원에 있는 시간이 하루 4시간 정도이고 방학도 너무 길어 유치원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십수년간 치러야 할 교육전쟁에 벌써 걱정이 많다”고 푸념했다.

또 현금 납부만 고집하는 유치원에 대한 불만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는 “혹시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신용카드 결제는 왜 안되냐고 묻지 못했다”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를 맡길 곳이라 그런 얘기 꺼내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 “분기납, 월납 고를 수는 없나요?”

취학 전 어린이의 필수과정이 돼버린 유치원. 의무 교육 혜택은 초등학교부터 누리기 때문에 유아교육 비용은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국공립·사립 유치원이 몇 달치 교육비를 한꺼번에 납부토록 규정하거나 제대로 된 환불 규정조차 없어 학부모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비 결제 방법을 현금으로만 제한하는 곳이 대다수였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이하 주부클럽)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297개 국공립·사립 유치원 중 교육비를 분기별로 징수하는 업체는 110곳(37%)이나 됐다. 월·분기납을 병행하는 곳은 7.7% (23곳)에 불과했다.

학부모들은 분기별로 교육비를 낼 경우 유치원을 중간에 그만두거나 여행 등으로 장기결석이 불가피할 때 이미 납부한 교육비를 돌려받는 게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 문제와 연관돼 있어 유치원에 강력하게 환불을 요구하지 못하고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수업료 외에 교재비, 급식비 등 부대비용을 분기별 혹은 학기 단위로 납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부 회원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처럼 유치원 교육비 환불과 분기 납부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많다.

“교육비는 분기별로 내고 상하분기로 교재비와 식비 그리고 영어 교육비를 따로 내고 있어요. 방학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고 그대로 비용을 내야 하죠. 교육비 내라는 통지서와 함께 방학 시작했습니다.” (아이디:lss9916)

“아이가 아파서 한 달 동안 유치원에 못 갔는데 원비를 환불 받을 수 없다네요. 환불받으면 나중에 수료증인지 졸업장인지 안준다고 합니다. 억울하지만 참아야죠” (아이디:79jeje)

“중간에 쉬게 될 경우 우리 아들 다니는 어린이집은 반값을 내라고 하네요. 찾아가서 상황을 말해봤지만, 학원 방침이라며 안 봐주던데요.” (아이디: 아줌마)

하지만 법대로 하면 유치원을 불가피한 사정으로 그만두거나 장기 결원 할 경우 이미 납부한 수업료 등을 환불받을 수 있다. 수업료 반환 관련 규칙에 따라 퇴원이 발생한 날까지의 수업료를 공제한 나머지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환불 불가를 주장하는 유치원이 대다수이고 환불 규정이 있더라도 정확한 내용을 제시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2001년 한국소비자연합회가 전국 유치원 873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201곳(23%)이 환불규정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환불 규정이 있다는 635곳 중 환불 규정에 대해 설명을 거부한 유치원도 32.8%(208곳)였다.

◇ “카드는 안돼요, 우린 현금만 받아요”

주부클럽이 유아교육비 적정화를 위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사립 유치원 연간 납입금 평균은 3백만원에 달해 도시 근로자 가구당 평균 소득의 8.3%를 차지했다.

이처럼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대다수 유치원은 신용카드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주부클럽이 지난해 11월말 입학금이나 수업료 등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지 조사한 결과, 283곳 중 66.4%(188곳)가 현금으로만 받고 있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은 15곳(5.3%)에 불과했다.

또 현금 결제 방침을 내세운 188곳 중 51.6%(97곳)는 현금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았다.

주부클럽 김순복 총무는 “아이를 1년 이상 보낼 곳인데 ‘손해보고 말자’는 생각에 교육비 환불을 포기하는 학부모가 많다”며 “월납 징수든 분기별 징수든 학부모 선택의 폭을 넓히는 납입 방법으로 개선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카드 결제나 현금 영수증 발행은 점차 확대돼 의무화돼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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